이제 겨우 숨 돌리고

내내 정리하고 또 흐트려 놓는다. 그 자리라는게 주어짐이 아니라 등장과 퇴장의 잠깐 사이에 놓였다. 개미굴에 들락대는 일개미와 다를바 없다. 내 것이라고 주어짐이 우스운 까닭이다. 선호라는 게 추구하는 대상에 달려 있겠지만 결국 손 타는 국면과 상황이 그이의 진면목으로 작용할 게다.

입으로는 세상의 부조리에 진절머리 치듯 차고 명징하여 우러러보는데 제 자식 자기 손 타는 행위에 대하여는 관대하다. 입과 스스로의 업이 비틀려 있다. 그러니 갓 쓴 양복이고 칡인지 등인지 후광이 엷다. 절로 믿음이 가다 되돌아 온다. 바라보자니 면목이 없어진다.

해서 흐트려 놓고 끄집어 낸다. 그대로 자리 보전하게 둘 수 없으니 흔들어 섞어서 고른다. 옥석을 가리자는 게 아니라 욕심을 어떻게 부렸는지 되짚어 찾아내는 일이다. 왜 그랬을까. 그때와 지금은 어찌 다를까. 달라진 게 없는 것인가. 닳고 곪고 진물나는 곳은 없었는가.

해서 버릴 것과 지닐 것의 구별이 바로 서는가를 뚜렷하게 직시한다. 정리하는 하루를 예비하여 차를 우린다. 흐트려져 난장인 세상 한 가운데를 우직하게 중심 잃지 마라고 보온병 3개에 우린 차를 담는다. 어질러 놓고 모양내서 차 마시겠는가. 차맛이 달라도 몌마른 입안을 헹구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. 이 구석 저 구석, 이웃과 저웃이 모두 엉켜 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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평면의 구성

평면 가득 널어 놓는 것과 수납 공간에 자리를 차지 하는 것의 차이는 무얼까. 평면에 잔뜩 펼쳐 놓고 나서 펼쳐진 선을 지우는 일, 남겨 두어 3차원으로 변하여 발 디딜 틈도 없도록 콩나물 기르듯 물을 붓고 있는 일, 뭐 그런 차이일 것이다.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찬다는 것은 분명 부유한 일이다. 없어서 텅 비어 있는 곤혹스러움은 여행에서나 느끼는 ... » 내용보기

경쾌한 붙잡음

짐 정리하다 획득한 차마고도차,바짝 마른 낙엽처럼 가볍다.압착되었다가 풀려 나와 자유로운 잎새로 소소하게 담겨져 있다. 뜨거운 물로 우리면 다섯 번 정도까지는 차 기운이 고스란히 소주천을 이룬다.비우고 버려내면 이처럼 날렵해질까.눈으로 바라보던 낙엽의 가을이한 잔의 차에 고원의 겨울이서로 다독거린다. 아주 경쾌한 붙잡음이다. » 내용보기

산벚나무 - 루즈 바른 그 입술

황금의 눈배호1.사랑을 아시나요 모르시나요내 마음을 잃어버린 황금의 눈막막한 이 한밤을 술에 타서 마시며흘러간 세월 속에 헐벗고 간다아 ~ 황혼길에 불타오른 마지막 정열.2.사랑을 아시나요 모르시나요내 마음을 찟어버린 황금의 눈꽃같은 그 입술은 어느 손에 꺾였나밤마다 그리움에 여위어 간다아 ~ 임자 없는 가슴속에 새겨진 사연.'황금의 눈'이라는 배호의 ... » 내용보기

여름의 연한 노란색 꽃은 선비의 꽃_회화나무

“1989년, 이천” 기억에는 엊그제 같은데 따져보면 오래된 이야기다. 이천농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다. 설봉중학교라는 신설 중학교가 만들어졌고, 그 학교 교감선생님이 학교의 교화와 교목을 선정하기 위하여 나를 찾았다. 나는 그때 자생식물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. 임학 박사, 한의사, 스님, 그리고 몇몇 사람들과 옻나무 연구회도 함께... » 내용보기